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필리핀 세부의 막탄섬. 그곳에 사연 많은 리조트가 하나 있다.
라임 돈 300억원이 들어간 이슬라리조트. 이 리조트의 법인은 3개다. 토지 및 일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테라법인’, 운영권 및 스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막탄법인’, 그리고 카지노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은케이법인’이다. 필리핀 현지에서 나오는 얘기다.
“그중 카지노 법인인 ‘은케이법인’의 실소유주가 민노총 간부 출신입니다. 민노총 자금이
일부 들어와 있다는 말도 있어요. 바카라 노하우 조합원들한테 돈을 거둬서 투자했다는…. 세부에서는
소문이 파다해요. 하도 공공연하게 돌아서 이 바닥, 웬만한 사람은 다 알 겁니다.”
지난 2018년.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 김영홍(48·적색수배 중) 회장은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3500억원 중 300억원을 이 리조트 인수에 썼다. ‘라임 몸통’으로
지목된 김 회장은 라임 사태 직전인 2019년 10월 잠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리조트를 그가
미리 준비한 은신처로 본다.
실제로 필리핀 현지에서는 최근까지 김영홍 목격담이 나온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현재 이 리조트를 다시 매각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도피처 변경’ 차원으로
해석된다. 장모씨의 정체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이 무렵이다. 카지노법인 매각 의뢰를
받았다던 사업가 A씨의 말이다.
“매각 협의를 할 때 현재 운영진이 누군지 얘기가 나올 거 아닙니까. 그쪽에서 ‘확인서’를
떼왔어요. 카지노 실제 운영권이 장○○(60)과 서영민(가명)에게 있다는 증서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중 ‘장씨는 민노총 간부 출신이고, 카지노에는 민노총 자금도 들어와 있다’고
설명하더군요.”
은밀한 매각 시도. 그러나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 2009년 오픈한 이 리조트는
설립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다. 투자자들이 채권 추심을 벌이고 채무자가 도망가는가 하면,
이후 유입된 ‘조직’들은 이 리조트를 내세워 국내에서 수십억원대 분양 사기를 치기도 했다.
2018년 8월에는 소유권 다툼으로 현지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김영홍 회장이 이 리조트를 인수한 건 총격전 직후인 2018년 10월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통상 인수 과정이 끝나면 지분 이전 등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인수 후에도 리조트의 지분
구조는 그대로였다. 결국 300억원은 횡령인 셈이다. 이 리조트에 채권 추심을 벌이고 있는
B씨는 “김영홍 회장이 라임으로부터 받은 인수대금 300억원을 차명계좌를 이용, 자금
세탁을 한 후 기존 주주 등 11명에게 지급했다”면서 “이 11명 중에는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과 조폭 등이 있으며 민노총 출신 장모씨는 이 중 100억원 상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의 말이다.
“김영홍 입장에서는 기존 체계가 필요하니까 주주들과 운영진을 그대로 둔 거죠. 이들에게
300억원을 나눠 주고 공동 운영하며 향후 수익금을 나누는 형태로 간 겁니다. 특히 장씨는
수완이 좋아 이 세계에서 ‘온라인 카지노의 대부’로 불린다죠.”
앞서 매각 제안을 받았다는 A씨는 “이처럼 워낙 분쟁이 많은 곳이라 미심쩍어했더니,
운영진 여권번호까지 찍힌 확인서를 가져온 뒤 카지노 실권자가 민노총 출신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확인서에는 장모씨와 서영민 총괄대표가 카지노 법인의 지분을
사실상 100% 보유한 실질적 권한자라는 내용과 이들의 여권번호와 서씨의 직인이 찍혀
있다. 증서상 장씨는 ‘아름다운오늘 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이 둘이 실권자 지위를
획득한 건 지난 2017년부터라고 한다.
매각 제안을 받은 사람은 또 있다.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다 현재 국내에서 리조트
개발 사업을 하는 D씨의 말이다.
“3개 법인 전체에 대한 매각 의뢰가 들어왔어요. 1000억원을 부르더군요.
500억~600억원이면 고려해봤을 텐데, 너무 비싸서 거절했습니다. 게다가 GIS(등본・
주주명부)를 떼봤더니 문제가 상당히 많더군요. 그 과정에서 이 카지노 운영자가 민노총
관련자라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거듭된 협상 불발로 매각 의뢰는 국경을 넘기에 이르렀다. 마카오에서 여행·물류업을
했던 한 사업가는 “마카오에 있을 당시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전체에 대해 매각 의뢰를
받았다”면서 “1000억원을 얘기하기에 마닐라 카지노 쪽에 알아보니 시장가를 웃돌기에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역시 “민노총 간부 출신이 카지노 실권자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했다.
‘위원장님, 위원장님’ 하며 따르더라
풍문처럼 떠도는 이야기. ‘민노총 간부 출신이 라임 돈 들어간 카지노와 관련돼 있다.’
한동안은 여기까지였다. 좀 더 구체적인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장씨가 송사에
휘말리면서다. 지난 3월 범죄단체조직죄, 도박개장죄로 경찰에 고발된 그는 4월,
강제집행면탈죄로 검찰에 고소도 당한 상태다.
경찰에 고발된 이는 장모씨 외 김영홍 등 30명에 달한다. ‘이들이 하나의 범죄단체를 구성,
불법 온라인카지노를 송출해 약 20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게 고발 요지다.
여기에는 ‘김영홍이 라임으로부터 받은 돈 중 100억원 상당을 장씨가 받았으며, 카지노를
통해 벌어들이는 범죄수익금도 직접 취득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고발인에
따르면 김영홍은 도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에 온라인 아바타 카지노를 불법 송출하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카지노 실권자인 장씨 또한 깊이 가담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씨와 함께 이름을 올린 피고발인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봤다. 그중 세 명과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 우선 손모씨. 이슬라리조트의 ‘전무’ 직급으로 활동한 그는
김영홍이 리조트를 인수하기 전 실사(實査) 차원에서 필리핀에 방문한 2018년 6월, 직접
리조트 내부를 안내한 인물이다.
“장씨요? 인터넷슬롯머신 몇 번 봤죠. 민노총 활동했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지부는 모르고, 간부
출신인 것까지만 알아요. 사람들이 (그를 보고) ‘위원장님, 위원장님’ 하며 따르던데요.
처음 만났을 때 받은 명함에는 ‘아름다운오늘 회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무슨
영농조합인가 그렇던데….”
김영홍 회장과의 관계 등 이어지는 추가 질문에 그는 “오래돼서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
긴 통화는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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